감동의 글

가을날

lahel정 2010. 10. 4. 19:41

 

 

 가을날

주여 때가 왔습니다

지난 여름은 참으로 길었습니다

해시계위에 당신의 그림자를 얹으십시오

들에다 많은 바람을 놓으십시오

 

마지막 과실들을 익게 하시고

이틀만 더 남국의 햇볕을 주시어

그들을 완성시켜,마지막 단맛이

짙은 포도주 속에 스미게 하십시오

 

지금 집이 없는 사람은 집을 짓지 않습니다

지금 고독한 사람은 이후로도 오래 고독하게살아

잠자지 않고,읽고,그리고 긴 편지를 쓸 것입니다

바람에 불려 나뭇잎이 날릴 때,불안스러이

이리저리 가로수 길을 헤맬 것입니다

 

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 -라이나 마리아 릴케-